[美中반도체전쟁, 한국의선택은⑤] 끝나지 않은 중국 반도체 굴기…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김진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8-31 09: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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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신냉전이 찾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한국에 의존하던 반도체의 자급을 선언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대중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중이다. 초격차의 상징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매서운 도전과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새로운 도전이 될지 추월을 당할지 기로에 선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선택과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뉴스비즈=김진환 기자] 중국 반도체 굴기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미국 무역 제재 이후에도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멈추지 않았다. 낸드 플래시 양산 능력은 이미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128단 3D 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128단 낸드는 삼성전자가 2019년 양산을 시작해 아직도 주력으로 판매 중인 제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적층 기술로는 1~2년 차이로 좁혀진 셈이다. 미중무역 제재 이전에도 중국은 64단 낸드 기술을 선보이며 저력을 뽐낸 바 있다. 미중무역분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듯 했지만, 결국 다시 따라잡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양산 기술이 단수만 높아졌을 뿐, 실제 성능에서는 크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V낸드, SK하이닉스는 4D 적층 기술을 적용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반면, 중국은 셀을 쌓아올리기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 반도체 양산 소식이 무서운 이유는 내수 규모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으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을 위해 자국내에서 만든 반도체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YMTC가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도 결국 양산을 할 수 있게된 것도 이 덕분이라는 평가다. 양산에만 성공하면 바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도 한동안 손해를 감수할만 했다는 얘기다.

낸드 뿐 아니다. 올 초 푸젠진화는 독자 기술로 25나노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푸젠진화가 이미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산 D램은 PC용 시장을 크게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고성능 PC나 서버용 혹은 모바일용으로는 아직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용이나 엔터테인먼트용 PC로는 충분히 쓸만하기 때문이다.

D램은 수율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사업인 만큼,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사무용 등 시장에서 중국산 D램이 외국산 D램과 섞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파운드리 산업은 코로나19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SMIC는 2분기 매출이 13억4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3.2%나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SMIC는 미국 무역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회사다. 한 때 7나노 진입까지 노렸다가, 미중 무역 분쟁 이후로 실적 추락에 인력 유출까지 겪으면서 한 때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었다.

SMIC는 28나노 공정에서 특히 큰 수익을 얻었다. 비중을 14.5%로 전분기보다 2배 이상 늘렸으며, 8인치 웨이퍼 판매 규모 역시 174만장으로 전년 대비 21.6%나 늘렸다. 전장 반도체 등 쇼티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문이 크게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MIC 역시 내수에서 큰 이득을 얻으며 반도체 독립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수익 비중이 62.9%로 높다. 오히려 북미 비중은 23.3%로 전분기 대비 4.4% 떨어졌다. 이를 발판 삼아 첨단 반도체 기술도 키울 방침이다. 베이징에 32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14나노 공정 양산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10나노 미만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네덜란드 ASML에 EUV 장비 반입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으며, 일본 캐논과 니콘 등 전통적인 포토 장비 업체들과도 DUV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으로 알려져있다.

화웨이도 재기를 꿈꾼다. 최근 우한에 웨이퍼 공장을 세운데 이어, HSMC의 노광기를 인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태다. 이 노광기는 7나노 수준 양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져있다. 화웨이가 만들던 AP가 7나노수준, 비록 그동안 파운드리 업계도 5나노 미만까지 발전하긴 했지만, 화웨이가 다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데에는 7나노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가 설계와 생산까지 하는 'IDM'으로 거듭날 수 있다.

 

▲ 지난 4월 19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개막한 제19회 상하이 모터쇼에 화웨이가 제작에 참여한 아크폭스(Arcfox) 알파S HBT 자율주행차가 전시돼 있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화웨이는 새로운 먹거리로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 상무부가 화웨이의 자동차 반도체에 대한 제재가 완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마저도 반도체 쇼티지에 중국 숨통을 틔워주는 모습이다. 한때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전장 반도체 수출을 승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제재를 완화했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곧바로 이를 부정했지만, 당장 미국이 반도체 부족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에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 업체들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일찌감치 LCD 부문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생산성으로도 앞서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삼성디스플레이를 LCD 사업 포기까지 몰아붙였다. OLED도 BOE가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추격을 가속화한다. 일단은 리퍼비시용이지만, 조만간 아이폰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OLED 관련 반도체까지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기업 사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중국이 무역 제재를 이기기 어렵게 되자, 한국 등 해외 기업을 인수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해법이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중국 자본에 꾸준히 사냥 대상으로 지목 중이며, 매그나칩은 이미 중국 자본에 인수되기 일보직전이다. 그 밖에도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물밑 작업 중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무역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늦췄을 뿐 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위로는 미국, 아래로는 중국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진짜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시기"라고 우려했다.

뉴스비즈/김진환 기자 gbat@news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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