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학력에 따른 차별에 대하여

양혜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3 0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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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신분에 의하여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기본권으로서 평등권이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해 6월에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을 좀 더 구체화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차별금지법’ 발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교육부가 차별금지 대상에서 학력은 합리적 차별의 대상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여 논란이 일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합리적 이유 없는 학력 차별은 금지되어야 하며 입법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함으로써 수습하였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인종 등과 같은 것은 선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차별을 한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쉽게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학력에 대한 차별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에서도 그랬듯이 학력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에 다른 차별 조항과 같이 다룰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능력주의와 연결되어 학력에 의한 차별을 정당하게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학력에 의한 차별은 분야에 따라 필요한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학력에 의한 차별은 반은 정당하고 반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모든 업무에는 직급이 있으며 그 직급에는 책임과 권한이 따른다. 책임과 권한은 대부분 그 일을 수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 여기서 학력은 이 정도 교육을 끝낸 사람은 이런 부분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지식 자격’에 대한 최소한의 증명이다. 

 

의학 분야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 전 분야에서 학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문 쉐프나 헤어 디자이너와 같은 직종은 그 업무에 얼마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학력보다도 경력이 더 중요한 업무들이다. 학력과 상관없이 유능하고 숙련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일에서 학력 제한 때문에 실제 일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 사회적으로 알려진 유능한 요리전문가를 교수로 모셔오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그에게 학사 학위가 없어서 교수로 모셔오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이것은 사회적 자원 낭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학력이 필요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학력은 고용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분야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학력은 학력이 아니라 학벌이며 ‘신분’으로 기능하여 문제가 된다. 그래서 독일처럼 확고한 직업교육 체제를 가진 나라가 부럽기도 하다. 마이스터고를 나와 직업을 가졌을 때 대졸자와 같은 연봉과 복지수준을 갖는다면, 그리고 사회 각 분야가 필요한 인재들을 학력이 아니고 그 분야에 합당한 경력 등 좀 더 다양한 기준으로 뽑는다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고 오히려 업무에 적합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 국가나 공공단체가 경험을 쌓는데 필요한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경비를 지원해 준다면 경력을 쌓는데 있어 경제력에 따른 불평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대입체제를 만들기 위헤 노력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 진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스비즈 / 양혜림 기자 yhl@news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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