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알면서도 900억 매도…‘먹튀’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퇴를 지켜보며

지원선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0 15: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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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셥 900억원을 팔아 469억원의 차익을 챙기면서 ‘먹튀’ 논란을 스스로 불러일으켰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결국 여론의 거센 비난과 주가 추락, 기업 이미지 하락 등 온갖 악재를 불러들인 후 사퇴했다. 카카오는 10일 공시를 통해 ‘2021년 11월 25일 당사의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후보가 2022년 1월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라고 알렸다.

카카오 측도 언론의 질의에 “차기 최고경영자 내정자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사의를 표시했다.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임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히며 사퇴를 공식화 했다.

자업자득이다. 목돈에 눈이 멀어 직원과 주주를 배신한 결과다.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홀라당 팔아치웠다. 전날 21만6000원 하던 카카오페이 주식은 경영진의 대량 매도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19만6000원으로 폭락했다. 이후 카카오페이 주식은 맥을 못추고 계속 하락 중이다. 10일 현재 주가는 14만8000원이다. 카카오페이 종목방에는 류 대표와 경영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기업공개 전 약속했던 ‘국민주’의 푸른 꿈을 산산히 조각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경영진은 크루들과의 간담회를 약속했다. 그 간담회는 지난 4일에 열렸다. 간담회에서 새로운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인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과 류 대표가 사과했다. 이들의 멘트는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 등 이해관계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들이 뭉텅이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나서 벌어질 일에 대해 전혀 고려를 안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전혀 본인의 자리에 대한 무게와 책임을 고민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말인지 방구인지 모를 두 명의 최고경영자의 변명에 노조도 발끈했다.

카카오노조는 카카오의 새로운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다음날인 5일 성명을 내고 “카카오 노동조합은 카카오페이 집단 블록딜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류영준 카카오 CEO 내정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카카오페이는 11월 13일 상장했는데 12월 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됨과 동시에 ▲류영준 CEO 23만주 ▲이진 사업지원실장 7만5193주 ▲나호열 CTO 3만5800주 ▲신원근 카카오페이CEO내정자 3만주 ▲이지홍 브랜드실장 3만주 등 총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약 469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었다”고 지적하며 “주요 경영진의 집단적 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들이 동시에 매각한것은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후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일로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고 비난했다.

서승욱 노동조합 지회장은 “모든 일에는 책임이 있다. 책임을 지는 것은 카카오 신임 대표에서 사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류 대표가 스스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침묵은 이어졌다. 더 이상의 사과도 없었고 사퇴의 말도 없었다. 그러다 오늘 공시를 통해 후보 사퇴를 알렸다. 사과도 입장도 없었다.

결코 류 대표가 순수한 사죄의 마음으로 물러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정치발 후폭풍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류 대표의 몰상식한 행동은 주주와 크루에게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논의 중인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불똥은 분명히 모체인 카카오로 튈 것이 뻔하다. 지난해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 확장’으로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의장이 3번이나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가 곤욕을 치렀다. 심지어 상생방안까지 들고나와 아부를 했지만 먹히지도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의 계열사는 앞으로도 줄줄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카카오페이 먹튀로 카카오그룹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바닥을 쳤다. 류 대표는 물론 카카오의 모든 경영진은 누구 덕에 먹고 사는지 알아야 한다. 직원의 신뢰, 고객의 신뢰, 주주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오래 갈 수 없다.

류영준 대표는 469억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뉴스비즈 / 지원선 기자 president58@news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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